러시아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한 생각

[러시아에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이 한창인 5월 초에 기재했던 포스팅]

 

3줄 요약

 

1)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위해 초기 검사 미온적
2) 정부 투자 진단키트 양산을 위한 의도적 지연
3) 국민들의 정부 정책 참여도 및 인식 부족

 

러시아는 5월 1일 7,933 명, 2일 9,623 명, 3일 10,633 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사태 확산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물론,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의견들을 주장하나, 비 전문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본 것을 정리해 봤다.

첫째, 일반 음모론.

이것은 다소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이지만,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야기다.
알다시피,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개헌 지지(사실상 푸틴이 추진)를 선포하며, 집권 연장 의지를 공식화 했다. (개헌 시 2036년까지 대통령 가능)

 

이후 빛의 속도로 의회는 이를 위한 헌법개정안을 통과 시켰고(찬성 383, 기권 43, 반대 0 – 반대가 0 ㄷㄷㄷ), 헌재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명분 습득을 위해 4월 22일에 예정되어 있던 국민 투표였다. 하지만 3월 중순부터 코로나 19 확산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3월 25일 결국 국민 투표를 연기했다.

 

이에 많은 러시아인들은 정부가 국민 투표를 강행하기 위해 초기 코로나19 검사 자체에 의도적으로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잘 방어하고 있다고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의도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쉽게 보면, 일본 아베 정부와 올림픽 개최와의 상관 관계로 이해하면 됨) 이 때문에 초반에 엄청난 확진자들이 양산된 것이라 비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확산 초기 정치적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되는 정황이나, 이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대정부 신뢰도는 이미 최악)

 

‘푸틴 “연임제한 철폐 개헌지지” 집권연장 공식화’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11/100102690/1

‘러시아 헌재 '푸틴 종신집권 개헌' 합헌 판결’
https://www.sedaily.com/NewsVIew/1Z08GQG625

‘코로나에 밀린 푸틴… '집권연장' 개헌안 국민투표 결국 연기’
https://biz.chosun.com/…/html…/2020/03/25/2020032505586.html

 

둘째, 더 큰 음모론 (정쟁론)

사실 나는 두 번째 이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바로 진단 키트 이슈(와 방역 물자)이다. 러시아는 3월 확산 초기에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럽 국가들을 위시하여 세계 각국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등 고 퀄리티 진단키트를 수입하여 사용하던 터에, 러시아 만큼은 유독 그런 니즈가 없이 ‘우리는 방역 관련 물품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내가 알기로 초기 사용하던 진단키트들은 정확도가 절반 수준에 미치는 중국산 등 값싸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었다. 실제 대규모 지역 확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8일, 모스크바 보건 당국(DZM)에서도 최근 실시된 검사의 정확도가 낮았음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이 배경이 더 골 때리는 데, 마찬 가지로 음모론(?)이 하나가 있는데 꽤나 신빙성이 있으나, 푸 형님의 검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냥 음모론인 걸로..

 

3월 말, 러시아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자국 진단키트 개발에 대해 발표를 하기 시작한다. 일본 기업의 기술과 투자, 그리고 러시아 국부 펀드(RDIF)가 투자하여 러시아 내 생산 시설을 만들고, 4월 중으로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투자개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이야기 하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수요 예측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러시아 국부 펀드 RDIF는 3월 27일 한 달 이내로 공공 목적의 진단키트 생산 및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한다.

 

그리고 4월 초 Rospotrebnadzor (러 연방 건강관리감독청) 에서 각 지역별 사립 의료기관에서 진행 중이던 민간 코로나 테스트를 중지 시키고, 중앙 통제적 코로나 테스트 정책을 선포하게 된다. 현재도 대량의 코로나 테스트는 오직 해당 주의 공공 의료기관과 Rospotrebnadzor 실험실에서만 테스트가 가능하다.

4월 초, Rospotrebnadzor는 몇 개의 진단 키트 회사들을 등록했는데, 당연히 메인은 러시아 국부 펀드의 지원을 받은 그 업체가 핸들링을 했다. 그러나 4월 중순,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애초에 내수 생산에 의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전에, 고 퀄리티의 진단 키트나 방역 용품이 수입되었다면, 지금 사태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 않았을까?

 

아무튼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러시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일찌기 중국 국적자의 출입을 막고, 국경을 폐쇄 조치한 국가들 중 하나)

 

'Moscow Department of Health confirms low accuracy of coronavirus tests'
https://medvestnik.ru/…/Departament-zdravoohraneniya-Moskvy…

‘중국산 진단키트, '무더기 결함'에 팔수록 국가 이미지 '먹칠'’
https://biz.chosun.com/…/html…/2020/04/01/2020040104646.html

‘Russia's RDIF fund says it will have coronavirus test kits for public use within a month’
https://rdif.ru/Eng_fullNews/4994/

‘RDIF Promises 5,000 Coronavirus Test Kits a Day in New Project’
https://russiabusinesstoday.com/…/rdif-promises-5000-coron…/

‘Russia's testing trouble continues Private Russian labs testing for COVID-19 were suddenly forced to stop as the government's public health agency released its own paid test. Then, the agency abruptly changed course.’
https://meduza.io/…/04/08/russia-s-testing-trouble-continues

‘Russia registers new COVID-19 express-test that produces results in 40 minutes’
https://meduza.io/…/russia-registers-new-covid-19-express-t…

 

셋째, 말 안 드는 사람들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시민들의 자가 격리 지침 미준수를 꼽았다. 실제 러시아 보건부와 일부 주정부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고 있는 주요 원인에 대해 사람들이 lock-down 기간을 연휴처럼 생각해 샤슬릭 파티를 열며 나들이를 다닌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등을 위시한 유럽의 감염 확산이 시작되었을 때, 좋다고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 여행을 다녀온 것도 러시아 사람들이다.

 

실제 16여만 명이 참여한 여론조사센터(ВЦИО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약 21% 만 코로나19가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보고, 40% 는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대부분 젊은 남성들) 또한, 모스크바와 상트를 제외한 도시에서는 약 50% 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The increase in the number of coronavirus infected in Russia is explained’
https://lenta.ru/news/2020/04/09/rost/

' 40% of Russians found the risk of contracting coronavirus low’
https://www.rbc.ru/polit…/…/04/2020/5ea57d749a79471261c6b17d

 

마지막으로

상기 언급된 사유들은 러시아의 초기 대응에 관련한 상황이고, 현재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진단 키트 제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확진자 수도 폭증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초기 대응을 잘 했으면, 확진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아쉽게 생각하는 바이지만.)

러시아는 구 소련 국가 때 구축된 공공 의료/보건 인프라가 있어 주민들은 의료비 부담 없이 기본적인 검진과 치료는 다 받을 수 있다. 민간 의료 인프라가 대부분인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감염자가 돈이 없으면 병원 자체를 못 가는 시스템과 대조된다. 또한, 주민들은 누구나 전화를 하면 집으로 의료진이 와서 검진을 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역시 마무리는 훈훈하게…)

 

하지만, 러시아가 아무리 대량 진단 역량과 공공 인프라를 갖추어 놓았다고 해도, 의료진 감염 수가 점점 확대되고, 의료 기관 수용에도 한계가 오는 상황 속에서 lock-down 외에는 딱히 별 다른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울하다.

현재 러시아의 7개 의료 기관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임상이 머지 않았다는 뉴스에 기대해 볼 뿐이다.

 

의료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방역 물품 등)과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는 것 또한 정부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현재 최악이며, 답이 안 보임.)

 

‘Coronavirus vaccine research conducted by 7 scientific centers in Russia — minister’
https://tass.com/world/1144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