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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 아웃오브 오스트레일리아 나의 호주 사업 이야기#2

Jeffrey.C 2016. 8. 21. 23:33

호주 가기 전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해 흔히, 자리와 상황에 따라 악평을 하기도 하고, 선망하기도 한다. 검사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의사나 공무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영 컨설턴트'에 대해서도,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컨설팅 프로젝트'라는 것을 고객 입장에서 경험해 본 사람들 그리고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다들 본인들만의 '경영 컨설턴트' 에 대한 고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그 견해는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이미지일 수도 있다.

약 11년을 컨설턴트로 살아온 나에게도, 좋은 프로젝트도 있었고, 좋지 않은 프로젝트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오랜 간직하게 될 몇 가지 경험 또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은 내가 호주에서 사업이 한 번 해 볼만한 사업이라는 판단을 가지게 해 주었고, 그 믿음을 밀고 나가게 해 주었다.


1. 어떤 사업이든 3주일이면 모든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무언가 인사이트를 주어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고객으로부터 무언가 결정적인 배움을 받을 때가 있다.

2004년 초 나는 골드만삭스가 케이블TV회사를 인수하는 프로젝트에서 '경영 영역에서의 인수 자문역'을 한 적이 있다. 홍콩 사무실에 적을 둔 전무님이 고객이었는데, 후에 본사 파트너가 되시고 이후 독립하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3주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전무님 행동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이 분이 대학 노트 한권을 항상 들고 다니시고, 볼펜으로 항상 무엇인가를 적는 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네트워크 장비 부품 이름이던, 방송 관련 국내 규제 법규이던, 지역별 가입자 수 이던, 무엇인가를 항상 적으시고, 메모를 단서 삼아, 항상 전체 그림과 세부 사항을 동시에 같이 정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나는, 돈도 많으시고, 유명한 금융회사의 임원되시는 분이, 직접 무엇을 적어서 정리하신 다는 게 신기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다니던 회사의 파트너급 분들도 (심지어 팀장급 대부분도), 미팅 참석 중에 메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팅 노트는 흔히 1~2년차 신입들이 정리해서 메일로 공유하곤 하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즉, 매일 2~3차례 미팅을 하고 일주일 ~ 이주일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분 노트 기준으로 반 권도 노트가 채워지기 전에,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경영컨설팅 회사 직원들, 김앤장 변호사들, 그리고 심지어 케이블TV회사 임원들 보다도 이 분이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는 사항들 그리고 특히 숫자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3주가 지나서 노트가 3분의 2 정도 쓰여진 후에는, 아무도 이 분을, 케이블 TV산업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할 수가 없어져 버렸다.

예를 들어, 당시 해당 케이블TV회사가 임차하고 있던, 한전 전봇대 임차료라던지, 일정 가입자 수 마다 설치해야 하는 장비 이름과 공급사, 그리고 최근 연도 공급가격이라던지, 서울 구 별 가입자 수 추이등이 노트에 빼곡히 젹혀 있고, 이 사항들이 앞으로 회사 운영에 미칠 영향을 토론하기 시작하면, 며칠 전 부터 적어 오던 노트를 넘겨가며, '그 건 지난 번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말씀이 다르시네요.' 라는 식의 대화기 시작된 것이다. 이 분이 지난 3주간 밤을 새신 것도 아니고...

나는 그때, 마치 세상의 중요한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기분이었다. 매출 몇 천억원에 수백가지 장비, 그리고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운영하는 회사의 운영 구조와 상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세부사항은, 노트 하나와 약 3주간의 시간이면 되는구나...그리고 단순한 회사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이 회사를 얼마에 인수하면 좋을 지에 대한 판단까지 할 수 있게 되는구나...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을 무척 많이 뛰어 넘는구나.

이때의 경험은,내가 나중에 '과연 내가 호주로 가서 소를 구입하고, 위탁 도축해서 고기를 들여 오는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해 보았을 때, '모든 사업은 3주면 필요한 상세 사항까지 전부 파악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출처 : 심현보 전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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