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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CIS Talk/Russia Talking

러시아의 고위 관료들

Jeffrey.C 2020. 8. 4. 12:31

일전에 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 정치인분과 만나 협력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 분은 고위 관료까지 지냈던 분으로 북방 비즈니스에 큰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그 행사에 러시아의 고위 관료들을 초청하고 싶어했다. 그 중에는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나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알렉산더 칼루쉬카 극동 개발부 장관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분은 러시아 총리가 참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총리나 대통령까지 초청할 수 있다고 하셨다. 해서, 우리 회사 대외협력부 파트너와 미팅을 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냉소적이었다.

 

'피식'

 

순간, '빠직' 했던 나는 대한민국에서도 총리 등 고위 관료가 대응할 수 있다 재차 말 했는데도 계속 냉담한 반응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회장이 나서면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고작 대외협력부한테 가로 막혀 있던 나의 처량한 상황에 짜증이 밀려왔었다.

여담이지만, 그 행사에는 당시 우리 나라의 국회의장, 경제 부총리, 장관, 차관 등 고위 관료가 다수 참가했고, 러시아에서도 고위 관료와 주지사, 청장 등이 참석했었다.

 


이번에 러시아 정부 측과 다시 협업을 하면서, 새삼 다시 느낀 것이 러시아 정부의 고위 관료의 파워는 막강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이 파워라는 것이 좋게만 볼 수가 없는 것이, 그냥 슈퍼 갑질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 실제 러시아에서는 고위 관료 한 마디에 기업들이 일사 천리로 움직인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정부의 갑질이라고 난리도 아니었겠만..)

 

사회주의에서 탈피한 지 어언 30 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료들의 파워는 우리 나라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소련의 전직 관료들을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게 중에는 그대로 정치권이나 관료로 남은 이들도 많지만 대부분 부호가 되었다.

이러한 현대사적 흐름을 가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국가 두마 (연방 의회)


1) 권력은 돈이다.

 

어떤 자리에 있던 고위 관료들은 어디에서나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연방 정부의 노력으로 부패 척결이 많이 이루어 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나라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정 부패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엄청 개선되었지만)

문제는 이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심지어 주지사나 시장의 가족이 시의 도로/블럭 공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2)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결합

 

러시아에는 수 많은 국영 기업들이 있고, 민간 기업이더라도 친 푸틴 기업들이 즐비하다. 많은 대기업 부회장들이나 이사회 의장 등이 전직 관료나 푸틴 측근으로 이루어 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굳이 기업 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찾아보면 대부분 전직 관료거나 관료의 친익척들이다.

러시아 두마(의회)에도 수십 명의 백만 장자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잘 나가는 사업체와 막대한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업은 정치적 영향력으로 지속 확대된다.

1992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만들어진 올리가르히 적 자본주의의 소산이라 할 수 있겠다.

 

3) 비지니스 하는 정부

 

(연방, 주, 시)정부 내 있는 부서가 수익 사업을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정부 소유 건물이 많다. 토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데 도시 개발 정책을 객관적으로 잘 펼칠 수 있을까?

또한, 주나 시 정부의 관료들은 해외 투자 유치와 같은 영업 실적에 압박을 받는다. 극동개발부 장관이나 주지사들이 경질되는 것을 쉽게 목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살아 남으려면 푸틴의 말을 잘 이행하면서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실제, 매년 각 지방 정부 관료 수장들을 투자 유치 실적 등으로 평가하여 나래비를 세운다는 후문도 무성하다.

 

러시아 정부 종합청사


러시아를 방문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 고위 관료들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투자를 한다는데, 당연히 만나 줘야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잘 들어줘야지' 라는 등 갑의 마인드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그러한 접근의 비즈니스는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적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쉽지 않다.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이야 내부 소스와 자문료 써가며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 극동 지역 투자 프로젝트들에게 한국 정부 측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