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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외취업 성공기]③잘 나가던 컨설턴트 러시아서 인생2막 펼치기까지

Jeffrey.C 2016. 10. 11. 16:56
인생 2막을 러시아에서 펼치고 있는 천정우(38)씨는 한국에서 잘 나가는 컨설턴트였다. 1년 3개월 전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헬조선’에서 살아서는 비전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제공=천정우씨


“3040에게도 ‘헬조선’은 ‘헬조선’이죠. 계약도 하기 전에 수 백장 짜리 제안서를 당당히 요구하면서도 타인의 노력과 땀·실력을 인정하는 데 인색해요. 40살만 되도 언제 잘릴까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게 바로 한국사회니까요”

한국에서 꽤 잘 나가는 컨설턴트였던 천정우(38)씨는 지난해 돌연 러시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난 이유를 묻자 그는 대뜸 ‘헬조선’ 이야기를 꺼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서울 지사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실력을 인정 받고 있던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천씨는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모든 걸 혼자 해결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며 “치열한 내부경쟁·복잡한 사내정치를 이겨내더라도 비전을 찾기 힘든 환경은 발버둥 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가 느낀 한국사회의 구조적 한계가 모스크바 소재 영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인생의 제 2막을 여는 기회가 됐다.

의미 없는 수 백장 짜리 제안서 작성 더는 못해

인정해주는 곳서 일하고 싶어 한국 떠나기로 결심

천씨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수 백장 짜리 제안서 작업에 염증을 느꼈다.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밤을 지새우게 한 서류뭉치는 그와 애증의 관계였다. 단 한 차례의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만 주고 받은 고객사에서 ‘예쁘게 제안서 초안’을 만들어 미팅을 하자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 “제안서의 의미가 왜곡된 것 같다”고 입을 뗀 그는 “상부에 보고도 해야 하니 ppt 파일도 예쁘게 만들어 달라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천씨에 따르면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분석이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준 보고서(semi-report)’ 수준인 제안서만 받고 실제 계약은 입찰금액이 가장 낮은 컨설팅회사와 맺는 얌체 기업도 있다. 천씨는 “인터넷에서 뭐든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지적자산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환경에서 일한 만큼 공정하게 대우나 평가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천정우씨는 ‘해외’에 나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것보다 ‘어느 나라’로 갈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인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최적의 조합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경우 답은 ‘러시아’였다. /출처=이미지투데이



40살만 돼도 잘릴 까 전전긍긍하기 싫어

눈치 보기 그만두고 위험 감수하기로 선택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한국식 기업문화도 그와는 잘 맞지 않았다. 에너지 산업·국제개발협력·해외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특정 분야의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건 ‘튀는 행동’이었다. 천씨는 “회사가 원하는 건 제너럴리스트”라며 “어떤 프로젝트를 맡기더라도 중간 이상의 성과가 나오는 표준화된 인재라면 만족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40살만 되도 잘릴 까봐 걱정하기 시작하는 데 그만큼 대체 가능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혹독한 근무강도에서 10여년 이상 일하고도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이유가 바로 전문가를 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씨는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했다. ‘전문가가 돼야만 한다’고 다짐했을 때 국제개발(ODA)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그가 에너지 개발/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일단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적어 기피하는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진해서 프로젝트 팀장에 지원했다. ‘해외개발 프로젝트’라면 닥치는 대로 손을 들었다. 

마침 회사가 자금사정이 나빠져 사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자리를 보전하려면 야근도 더 많이 하고 휴일출근도 솔선수범 하라’는 공식이 통용되지만 그는 과감하게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되기로 했다. 당시 정부에서 국제개발펀드 설립 과제를 발주했는데 개인 자격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세 달의 휴직기간 동안 팀원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발금융기관의 금융투자 구조를 학습할 수 있었다. 이후 회사에 복귀할 때쯤 그는 에너지 플랜트 분야에 확신이 생겼다. 

그러나 국가주도로 추진되던 해외투자사업들 중 일부가 투자 대비 형편없는 수익률 또는 부실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감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업체 간 입찰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 한계도 걸림돌이 됐다. 자금 조달력이 있고 투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IB(투자은행)는 넘어서기 힘든 경쟁자였다. 이렇게 주변 환경이 암울해지던 와중에 희소식이 생겼다. 이전에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다가 독일 지사로 이직한 지인이 ‘같이 일해볼 생각 없느냐’고 제의한 것이다. 

‘해외’보다 중요한 건 ‘어느 나라’ 가느냐

경쟁력 높이려면 한국인 적은 곳 고려를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냐 러시아의 모스크바냐를 두고 고민에 빠진 그는 우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보기로 했다. 천씨는 “해외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곳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며 “에너지·잠재력·한국을 키워드로 잡았다”고 말했다. ‘오일과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인가’·‘개발과 투자 잠재력이 큰 곳인가’·‘한국이 중요한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가’라는 세 가지 물음에 완벽한 답이 나왔다. 러시아였다. 

현재 천씨는 모스크바의 한 영국계 컨설팅업체에서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러시아· 우크라이나·벨라루스·몰도바·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탄 등) 내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개발 및 영업활동을 담당하며 전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시장에 이미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은 많지 않느냐”며 같은 노력으로 더 나은 성과를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으로서 더 쓰임이 많은 곳에 가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경우 IT기술·개발자 역량 등은 매우 뛰어난 데 서비스나 응용기술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방면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면 러시아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출처 : http://www.sedaily.com/NewsView/1L2NIIFJNO/G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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